고병헌(62) 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나라가 살기 위해선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전국적인 국민운동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1995년 자동차용 전문 와이퍼를 생산하는 '캐프그룹'을 설립, 대구와 상주에 주요 사업장을 두고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지난 2월부터는 경북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마이스터 운동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현재 많은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반면 대졸이상의 고학력 청년 실업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는 모순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어도 대학 졸업자들이 외면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2010년 상반기 우리나라 청년 취업애로층이 무려 116만명에 이르고 이른바 니트족, 그러니까 취업도 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취업 훈련도 받지 않는 층이 30여만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이 문제다. 그 바탕을 살펴보면 실력보다는 학력을 우선시하고 현장 기능직종을 낮게 보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그런 잘못된 문화를 고치기 위해서 2009년부터 구미시를 중심으로 국민의식개혁운동인 이른바 '마이스터 운동'을 펼쳐왔다.
기업인으로 경영활동에도 바쁠텐데 마이스터 운동에 동참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제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이면서 경북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 중소기업이 얼마나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하는지 늘 몸으로 느껴왔다.
그래서 마이스터 운동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사단법인의 이사장직을 맡고 적극 참여하게 됐다.
이사장님은 중견제조업체을 경영하는 CEO다. 산업현장에 느끼는 인력수급의 실태는 어떠한가
'마이스터 운동'의 출발지인 구미의 예를 들면 상당수 중소기업이 인력난으로 실업고나 전문대학 등에 사람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경제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의 40%가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에는 30만명이상의 근로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마이스터 운동이 던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단순히 '기능인을 우대하자'는 의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처우 개선 등 기능인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적성이나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는 구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국 우리나라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마이스터 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자는 주장이 많다
과거 60~70년대 새마을운동이 집을 새로 짓고 도로를 만드는 등의 물질적인 측면에서 본 개혁운동이었다면 '마이스터 운동'은 우리의 정신을 개혁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시 말해서 '마이스터 운동'은 새마을 운동같은 범국민운동이다. 기업인과 취업을 앞둔 청년들, 학생을 둔 학부모들, 정책을 만드는 정부 각 부처, 정치인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민간주도의 '마이스터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능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정부와 우리사회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저 기업에서는 최소한 사무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능직보다 임금을 많이 주는 풍토를 바꿔 직종 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력을 채용할 때도 지나치게 학력을 따지기보다 실력을 중시해주는 쪽으로 바꿔야한다. 정부 역시 독일처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취미와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직업의식교육을 강화하고, 기능인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지정해 지원하는 일은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도 막연하게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취미와 능력에 따라 직종을 선택하는, 이른바 실용중심의 직업관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대학진학이 반드시 좋은 일자리와 고임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마이스터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국가경쟁력 강화다.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경우에는 직종에 관계없이 전문인들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특히 독일의 전문기능인인 마이스터는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 독일과 같이 기능직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기능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앞서 지적한 여러 고질병이 자연스럽게 치료되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